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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어제 조태일 시인 십주기 행사에 다녀왔다. 아이들하고 함께 가려했지만 두 아이 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 참으로 오랫만에 두 사람만의 나들이가 되었다. 이제 아이들도 같이 안 다니려고 하는 나이가 돼 버렸다는 것이 못내 서운하기도 했지만 홀가분하기도 했다. 어쩐지 좀 여유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남원에서 친구 부부를 만나 역시 그 집 아이들도 같이 안 오려해서 처음으로 아이를 뗀 네 사람만의 식사를 했다. 넷이서 뱀사골 계곡으로 가 발을 담그고 놀다 헤어졌다. 친구 부부는 남원생협 요리 교실로 가고 우리는 조태일시인 십주기 추모 행사장으로 갔다. 조태일 선생과 한 시절을 함께했던 문사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책이나 신문을 통해서만 봤던 창비계열의 유명 시인이나 소설가, 평론가들, 이제 백발이 된 그들의..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금산 오세영 저 고해를 건너면 미타찰에 다다를까 빈 선창 가득히 달빛을 싣고 창망히 떠가는 달빛을 좆아 무심히 노를 젓는 가랑 배 하나, 누가 남해바다에 암벽과 초목으로 지어 한 척 배를 띄웠나 부처 하나 가슴에 안고 달빛 화안한 봄밤에 노를 저어 하늘을 간다 차안에서 피안으로 이승에서 저승으로 창망히 떠가는 돛배 하나 23살에 보리암에 갔었다.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던 세 명의 여성 전사는 보리암 밑에서 결의를 다졌다. 남해금산을 올랐던가, 걷고 걸어 보리암에 도착했던가,..
[수목의 진단과 조치]라는 책을 읽었다. 내가 이 책을 몇 달만 빨리 읽었다면 몇 그루의 나무는 살렸을 텐데, 하고 통탄했다. 여름 장마 직전에 매실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땅 일부를 평탄작업하고 나무를 옮겼는데 삼분의 일이 죽어버렸다. 나무를 옮기고 열심히 물을 주면 곧 장마가 오니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묹제는 열심히 물을 준 거였다. 나무는 수분보다 신선한 공기가 더 필요한 존재다. 즉 지나치게 나무의 뿌리쪽으로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호흡을 하기 위해 지표면에서 가까운쪽으로 세근을 발달시킨다. 더구나 장마 기간 동안 계속된 비로 깊은 쪽 뿌리는 신선한 공기를 받을 수 없어 더욱 세근을 발달시킨다. 그러다 장마가 끝나고 고온이 계속되는 날이 이어어지면 지표면에서 가까운 쪽의 세근은 말라죽고 만다..
갑자기 항아리가 폭발하는 듯한 낙뢰 소리에 놀라 깨어났더니 새벽 두시 반이었다. 계속되는 번개 소리에 지은 죄들을 생각하며 멍하게 앉아있었더니 시가 떠올랐다. 낙뢰가 마치 하늘이 주는 경고 같았다. 낙뢰 장난치지마! 성난 얼굴로 일갈을 던지는 한밤의 낙뢰 놀라 벌떡 일어나 지은 죄를 떠올려본다 하늘이 아파, 항아리가 깨질 듯 마른기침을 해 피눈물을 쏟고 있어 울고 있어 장난치지마! 아픈 하늘이, 성난 하늘이, 외친다 굉음처럼 독하게 터진다 쾅!
큰 아이가 감기에 걸리자 신종플루일지 모른다고 자꾸 검사를 해보잔다. 자꾸 그러니 신종플루와 증상이 다르다면서 큰소리 치지만 속으로는 나도 슬그머니 겁이났다. 그러면서 뭔가 좀 의심스럽고 억울한다. 온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고있는 언론의 역할에 뭔가 숨은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싶고 너무 과한 반응이 아닌가도 싶고 백신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안정성도 심히 의심스럽고 그걸 통해 뭔가 이익을 누리는 집단이 따로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던 차에 아래 기사를 읽고는 공감하는 바가 많아 옮긴다. [전문기자 칼럼] 돼지독감 백신의 비극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1976년은 미국이 돼지인플루엔자로 한바탕 대소동을 치른 해이다. 시작은 이렇다. 그해 2월 미국 뉴저지에 주둔하고 있..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 한 열흘쯤. 집을 비웠다 돌어오면 진짜 이 집의 숨은 주인이 누구인지 안다. 내가 없는 틈새 그들끼리 신나게 잔치를 열었다. 제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건 아마 곰팡이균일거다. 붙을만한 곳에는 다 붙어 냄새까지 피운다. 여름이 오기전까지 예쁜 주황색을 유지하던 노각나무 열매도, 빨간 피라칸다 열매도, 고개를 빧빧이 들고 있던 수수이삭도, 까만 범부채씨앗도, 모두 삭아내렸다. 닫힌 창문 앞에서 완강하게 저항하던 열정도 저 작은 미생물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만다. 살아있는 내 몸도 언젠가는 흙속에서 저렇게 분해돼 나갈 것이다. 거미도 만만치않다. 벌써 몇세대가 영역을 구축하고 아름다운 건축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나는 숨은 주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범법자가 된다. 나의 본질이 벌..
오랫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던 파블로 카잘스가 UN 총회장에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는 조국 카탈루냐를 짓밟은 파시스트 프랑코 정부를 인정하는 나라에서는 절대로 연주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나는 카탈루냐 사람입니다. 카탈루냐는 지금은 에스파냐의 한 지방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공공장소에서 연주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 다시 연주해야 할 때임을 느낍니다. 나는 카탈루냐 민요를 들려주려 합니다. 새의 노래라는 곡입니다. (카탈루냐에서) 새들은 하늘을 날며 "피스(평화), 피스, 피스"라고 노래합니다. 이 노래는 바흐나 베토벤의 음악처럼 아름답습니다. 내 조국 카탈루냐 사람들의 영혼에서 길어올린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파블로 카잘스가 자신이 '에스파냐 사람'이 아니라 카탈루냐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데서..
삼박사일 사찰순례하는 동안 두 편의 시를 썼습니다. 첫번째는 남원에 있는 실상사 극락전에서 썼고 두번째는 부석사 가는 길에 썼습니다. 실상사 극락전에서 겨울 세찬 바람도 고요해 지는 곳 여름은 어떨까 찾아왔더니 담장 밑 원추리 조용조용 인사하네 쉬어가라 하네 아미타부처님 보든말든 에라 모르겠다 한숨 자자 극락이 수미산 높은 곳에 있다 했던가 향내 밴 마룻장 드러누워 땀내 피며 자고 있는 내 꿈 속에 솔솔 풍겨오는 곰팡내 허방을 지키던 물고기 보글보글 달려와 호령하네 지극히 낮은 곳 거기 극락을 열어라 부처님인가 싶어 벌떡 일어났더니 우루루 몰려든 할매들 몸 기우뚱거리며 절하고 있네 머슥해진 나, 퍼석머리 가다듬고 움크리고 앉으니 절하는 할매들 엉덩이가 눈앞에서 파도친다 고개들어 부처님 얼굴보니 빙그레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