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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사찰순례

벽겸 2009. 7. 30. 10:53

자주 가서 친근한 실상사에서부터 사찰 순례를 시작했다.

실상사 가는 길에 연밭이 있다.


연꽃은 필듯말듯할 때가 제일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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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들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못생긴 것 예쁜 것, 키가 큰 것, 작은것, 뚱뚱한 것, 날씬한 것,
다양해야 세상이 더 아름답다는 걸 연잎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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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떨군 연밥(?)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조용조용 뭔가를 말하는 듯했다.
오래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야 들릴 얘기를.
맺힌 물방울이 꼭 눈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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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입구 연못가에 상사화가 피었다.
몇 년 전, 이 상사화를 처음 본 날이 기억난다.
참으로 처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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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입구에서 늘 망설인다.
오래전 떠나간 친구의 뒷모습 같이 왠지 짠해진다.
한참 동안 서서 두리번거리다 돌아섰다.



실상사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왠지 편안하고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이 나를 부르는 듯하다.
그 날은 피곤한 육신을 내려놓고 한숨 단잠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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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는 참으로 아름다운 절이었다.
무량수전을 두고 그렇게 많은 글들이 쏟아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극락세계를 이 땅에 재현하려 했다는 것도 이해가 됐다.
사진 실력이 부족해 다 담지 못한 아름다움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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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렀다.
새벽부터 깜깜한 한밤까지, 여행자 주제에 철야기도까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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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밤이 찾아드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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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 이 자리에 서 있었을 또다른 이들을 생각했다.
천 년을 넘어 이어지는 윤회의 고리...



소수서원 연못에 핀 부처꽃.
나도 돌아오는 길에 구례야생화 농원에서 포토로 세 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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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절을 다녔지만 사진을 제대로 찍지는 못했다.
축서사의 보물로 지정된 탑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부석사 무량수전 전망과 비슷했다.
문화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의상대사가 이곳 축서사를 먼저 짓고 부석사를 지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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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초하루 날이라 신도들이 많았다.
허리가 휜 할머니가 왜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오나 싶었다.
젊은이들은 모두 절마당이나 그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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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보니 잔디밭에 난 풀을 뽑기 위해서 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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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작은학교에서 내려오는 길 언덕에 우뚝 서 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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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서 곡성 기차마을 가는 길에 있는 메타세쿼이어(?)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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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 입구에 있는 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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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나무 사진 찍기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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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 옆 계곡.

삼박사일 동안 십여군데 이상의 사찰을 돌았다.
그 중 한 두 군데를 빼고는 모두 공사중이었다.
어떤 곳은 공사중이라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절도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나오고 싶어지는 절도 있었고 오래 머물고 싶은 절도 있었다.
그 중 아름다운 절은 모두 자연스레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잘 살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연스러움. 그것보다 더 큰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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