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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네

이미 나는 충분히 늙었다

벽겸 2009. 11. 11. 06:22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왜
자꾸 질문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삶은, 그대는 정답이 없는 시험지라 했던가?
꿈속에서 나는 글자가 보이지 않는
종이를 들고 울고 있었다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늑골 나 몰라라
컵속에 있던 꺽지 껌뻑껌뻑
하품을 하며 지루해했다
어서 나를 마셔버려
물은, 꺽지는 내 몸에 섶간을 하듯 짜고도 짰다
식도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것을 뱉기위해
목 깊숙이 손가락을 넣었다
너무 늦었다
꺽지는 배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내 살점을 뜯기 시작했다
이미 나는 충분히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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