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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네

가만가만 귀기울이면

벽겸 2009. 11. 11. 06:34

옹이지고 부박한 삶이

거북등 처럼 모여앉아

꺼칠꺼칠 춤을 추는 곳

하동 송림에서였지

어디선가 흐르는 두런두런 이야기소리

-당신 참 이상스럽소

이쪽으로 오지않고 왜 하필 강가쪽이요

굽은 등이 힘들지도 않소?

-틀고틀어 낮추어야 보이지

-그래, 그리도 좋소?

-당신도 들리지?

그녀가 부르는 낮은 노래 소리

환한 낮이면 갈롱대고 토라져도

석양녘이면 붉은 마음 숨기지 못해

어둠을 부르는 얄궂은 그녀

그녀 눈길 기다리며 세월을 낮추었소

-이백칠십여년을 보고도 그리 좋으시오?

굽은 그이 비틀어진 살결이 더욱 불그레지기 시작한다

초록 머리카락이 웃는다

-그녀는 늘 새로우니까

늘 곁에 서 있던 그녀,

늘 그랬듯 굽은 그이 등만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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