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본문

텃밭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벽겸 2009. 9. 21. 15:52
큰 아이를 대안중학교인 실상사 작은학교에 보내려고 하는데
제출해야할 서류가 많다.
그 중 하나가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를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그 책은 몇 년 전에 우리집에 왔지만 그동안 책꽂이에서 가만히 잠자고 있다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미 그런 류의 책들을 제법 읽었기 때문에
내용이 새롭다기 보다는 나 자신을 다시금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다시 아이로 태어나서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이상 나는 자라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게을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자기성찰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언제나 잠들기 전에 아이들을 앞에 혹은 옆에 끼고 들려주던 책읽기 시간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조차 나는 내 생각만, 내 책만 읽고 있었다.
먹는 음식조차 내 중심으로 식단을 짰다.
아이들에게 서서히 잔소리를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던지는 잔소리가 바로 나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라는 것을.
그동안 쑥 자란 아이들은 너무나 나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무엇이 그다지도 바빠 내 눈을, 내 정신을 멀게 하고 있는지.
이곳 시골에 와서까지 바빠 죽겠다는 소리를 달고 사는지.
허둥대는 내 모습을 돌아보면
바쁘다고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순간순간 충만감 넘치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바쁘기만 하다면 그건 너무 억울한 일이다.
잠시 달리는 걸 중단하고 호흡만 해 보자.
나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을 아이들과 함께 다시 시작해야 겠다.
한 순간, 한 순간, 느릿느릿 그 시간에 충실하고 싶다.
내가 바뀌어야 아이들도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한다.

나는 아이와 부모와 교사가 함께 배우고 자라는 교육을 지향한다.
무분별한 경쟁과 불분명한 미래를 위해 아이의 현재 행복까지 저당잡히게 할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맘껏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선택을 확신했다.

'텃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만한 노동  (2) 2009.11.11
들깨베기  (2) 2009.10.23
신종플루 공포가 의심스럽다.  (0) 2009.08.27
나는 침입자  (2) 2009.08.19
새의 노래  (0) 2009.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