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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보름이

벽겸 2010. 2. 3. 21:15
작은나무님이 울듯한 얼굴로 사정을 했다.
제발 우리 섬이새끼 좀 키워줘요.
섬이는 노산이라 힘들었는지 하루가 지나도록 배속의 새끼를 낳지 못하고 울어댔다.
이미 태어난 두 놈도 죽어버리고 겨우 배를 째는 수술을 통해 두 마리 새끼를 낳았다.
그러나 사고가 있었는지 작은나무님이 외출해서 돌아왔더니
수술한 부위가 찢어진 채 죽어가고 있더라는 거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다시 꿰맸는데 내장이 파열 된 것도 몰랐던 거다.
명백한 의료사고로 섬이는 죽어가고 있단다.
두 마리 새끼들은 죽어가는 엄마옆에서 몸을 비비대고...
어미한테서 떼놔야하기에 나한테 부탁하는 거였다.
바우가 집을 나가고 난 뒤에 당분간 개를 키우지 않으려고 하던 차여서 조금 난감했지만
하도 사정이 절박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발바리 섬이와 골든리트리버 진이의 잡종인 셈이다.
털색깔은 섬이를 닮아서 흰 바탕에 검은 점 무늬가 있고
덩치는 진이를 닮아서 30일 된 강아지치고 컸다.
오늘 하루만 집안에서 보호하고 밖에 내보내기로 했는데
딸아이는 벌써부터 훌쩍훌쩍 운다.
엄마는 보름이를 밖에 내보낼수 있겠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밖에서 키워야지.
보름이를 보살피는 딸아이의 정성이 얼마나 지극한지
급기야 고양이 나야를 동생보다 더 좋아하는 아들과
딸아이 사이에 치열한 감정 싸움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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