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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박노해는 박노해

벽겸 2011. 1. 31. 12:12
어제는 친한 언니로부터 선물받은 박노해의 세번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읽었다.
사실 선물 받은 건 작년 11월인데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손이 가지 않은 이유는 복잡한 심리 표현인 셈이다.
여러 이유 중 혹시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숨어있었다.
그런데 역시 박노해는 박노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누워 있는 남편 옆에서 낭독하며 읽었는데 자주 자주 눈물을 글썽이다
나중에는 아주 펑펑 울어버리기도 했다.
구체적이고 섬세하면서도 사물과 세상의 숨은 이면을 통찰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그려내는 그의 시는
갈수록 예민하고 깊어진다.
대개의 80년대 시가 이제는 거의 읽혀지지 않는데
박노해의 글은 여전히 생생하게 와닿는다.
그래도 난 박노해의 펜이 되기를 꺼렸다.
두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읽고도.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읽고는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시대의 변화와 시인의 변화에 괜한 배신감 까지 느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변화가 배신이 아니라 더 뜨거운 몸부림임을 알겠다.
그가 10여년 동안 온몸으로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을 누비고 다닐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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