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작은학교 본문

생활의 발견

작은학교

벽겸 2010. 5. 19. 21:21
아들이 있는 실상사 작은학교에 학부모 당번 때문에 와 있다.
지난 주 토요일에 들어와서 이번주 토요일에 나간다.
학부모 당번이 하는 일은 아침 여섯시에 식사당번을 맡은 학생들을 깨워서
식사 준비를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일곱시 반까지 나머지 학생들을 깨워
같이 산책을 가든지 운동을 하든지 요일에 따라 정해진 아침 운동을 한다.
아침 공양 뒤에는 뒷설거지까지 아이들이 깨끗이 하도록 시킨다.
그런 뒤에는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할 수도 있고 이런 저런
소일거리가 있으면 맡아서 한다.
아침식사는 아이들이 하고,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는 공양간 선생님이 하지만 뒷설거지는
식사당번 아이들이 한다.
저녁 식사 전에는 간식이 있는데
간식은 생협 과자, 떡, 빵, 과일 등이다.
빵이나 쿠키는 제과제빵 동아리 아이들이 만든 것을 학교에서 사서 간식으로 내놓는다.
학부모는 간식거리를 각 학년 쟁반에 챙겨놓으면 아이들이 가져가서 먹는다.
오전에는 주로 지식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체험공부나  생활공부를 한다.

지식공부는 일반교과 과정에 있는 국어,영어,수학 등등을 말하고
체험공부는 나무다루기, 천다루기,흙다루기, 몸다루기 등 실제 생활을 자립적으로
해나가는데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시간이다.
농사도 그 중 중요한 한 가지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 텃밭을 분양받아 농사를 지은 다음
그것을 학교 공양간에 팔거나 집에 가져간다.

생활공부는 이 학교의 교육철학인 생태, 자치, 공동체를 잘 살릴 수 있는 생활문화를 말한다.
아침마다 절이나 명상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발우공양을 하고
매주 한번씩 하는 야단법석에서는 특강과 공동체놀이 안건토의를 한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기숙사가 아닌 가정 형태의 기숙제도로 더불어 사는 생태적 삶을 배운다.

작은학교에서는 나처럼 학부모당번을 온 부모를 아버님, 어머님, 하고 부른다.
그만큼 아이들이 다른 부모도 자기부모처럼 따르고
부모들도 제 아이 뿐만아니라 전체 아이를 다 자기 자식처럼 생각한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지 않고
지금 당장 행복을 찾는 아이들.
함께 배우고 자라며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선생님들.
신나는 동아리 활동.
내가 자랄 때 경험했던 학교 생활과 너무나 다른 분위기에
너무너무 부러워 자주자주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 보았다.
그러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이렇게 넋을 놓고 있는 내 모습에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생활의 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노해는 박노해  (2) 2011.01.31
눈이 내린다  (0) 2010.12.30
  (4) 2010.05.12
비는 호랭이  (4) 2010.04.29
오호통재라!  (0) 2010.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