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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나무를 찾아

벽겸 2010. 11. 25. 09:43
크고 오래된 나무를 조사 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좋아서 제안하고 생태해설사회 회원들과 같이 하고 있다.
어제도 회원 한 명과 나무를 찾아 산을 올랐다.
가시 넝쿨이 우거진 곳은 낫으로 치면서 오르느라
저녁이 되니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같이 간 회원은 차가 없고 한동안 백수로 지냈던 덕분에 구석구석 산자락을 많이 헤매고 다녔단다.
그래서 악양 곳곳의 큰 나무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한 나무는 거의 산 중턱에 있었는데 갈 때부터 나무 상태가 안좋아서
죽었을지 모른다더니 결국 죽어 있었다.
죽은 나무 둥치 아래에는 버섯이 수북하게 피어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야생 느타리 버섯 같은데
그친구는 계속 느타리버섯을 닮은 버섯이고 독버섯일테니 먹지 말라고 했다.
조금 떼어 먹어보니 역시나 느타리 버섯 맛이었다.
하지만 독버섯일지 모른다는 그 친구의 강력한 두려움에 그 정도로 끝내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
집에 와서 버섯책을 찾아보아도 역시 야생 느타리가 맞을 것 같았다.
야생느타리면 어떻고 아니면 어쩔건가 그냥 딱 잊어버리자 하고 마음 먹었는데
왠지 그 주변의 쓸쓸한 풍경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곳은 회남재를 오르는 옛길이어서 빨치산 전투가 치열했던 곳인데
이곳에서도 전투가 이루어졌을까?
돌로 만든 대피소 비슷한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옛날에는 회남재를 넘어 청학동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산을 오르는 곳곳에 주막이 많았다고도 했다.
옛 자취는 간데 없고
죽은 팽나무 둥치 아래 무리를 이룬 버섯들.
계곡물은 말랐고, 낙엽은 수북하게 쌓여있고
섞은 나무는 아무렇게나 걸쳐진 채 새소리만 적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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