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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이념

벽겸 2010. 3. 21. 14:48

한 10년 쯤만에 옛 친구를 만났다.
젊은 시절 한 때 이념을 같이 하고 삶을 같이 했던 친구다.
친구는 그놈의 동지라는 것 때문에
지질이 고생할 걸 막연히 예감하면서도 차마  떨치지 못한 채 결혼의 굴레로 들어갔다.
역시 예감했던 대로 사고만 치는 남편 뒷처리에다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팍팍한 삶이 친구의 등을 휘게 만들었고,
동지니, 이념이니 하는 말은 까마득한 추억의 책갈피로 접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물었다.
기분이 어떻노?
무얼 묻는지 알았지만 담백하게 대답했다.
오랫만에 옛친구를 만나서 반갑고, 어렵게 사는 걸 보니 안타깝고, 그렇지 뭐.

옛날에 그 친구가 즐겨부르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결국 그시절 우리가 추구한 이념이 삶 따로 이념 따로인 것이었구나 싶다.
삶의 근원에 깊이 천착한 것이었다면 삶의 무게에 그렇게 쉽게 굴욕당하지는 않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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