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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천벌

벽겸 2010. 4. 13. 10:36
신경림 시인이 4대강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했다는 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4대강사업은 역사의 천벌을 받을 사업이다.
이를 그냥 지켜만 보는 것도 천벌을 받을 일이다!”
나와 같은 생명체가 저지르는 살육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들으며
느끼는 이 무력함과 치떨림이 부끄럽다.

살아있다는 게 죄스럽다.

산수유가 봄이 오는 걸 알리고
매화가 피고 질 즈음
물앵두나무가 꽃을 피우다 며칠만에 금방 져버리고,
살구 꽃이 피었다. 그도 얼마 못가서 이제
벚꽃이 만개했다가 꽃비되어 날리고 있다.
자두나무와 배나무,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절정을 이루자
돌복숭과 앵두나무가 꽃분홍빛을 흐드리고
뒤늦게 얼굴 내민 복숭아 꽃도 덩달아 웃음짓는데
땅 가까이에선 수선화가 피고 지고,
작으나마 저도 있다고 향기 피우는 향기부추, 민들레, 제비꽃, 꽃다지, 꽃마리, 꽃잔디, 광대나물, 냉이, 산자고, 무스카리, 금창초, 양지꽃, 유채꽃...
나무와 풀들은 제각기 제자리서 아름다운데...

이 봄날,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강죽이기'를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천벌 받은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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