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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네

비둘기 두 마리 소주를 마시네

벽겸 2010. 1. 12. 13:02

비둘기 두 마리

소주를 마시네

검은 비닐 봉다리 속

찌꺼기를 안주 삼아

소복소복 눈은 쌓여가고

바쁜 걸음들

비틀비틀 지나는데

KTX 바람처럼 떠나는 서울역 앞

소주잔 속 시간은

더디기만 하네


비둘기 두 마리

소주를 마시네

남은 한 잔으로

오종종 가까이 있는 참새도 부르네

소복소복 눈은 쌓여가고

지친 구두들

저벅저벅 지나는데

셔터문이 하나 하나

내려지는 시간

소주로 데운 배가 수상해

서로의 깃털을 껴안고

머리깃을 부비네

날이 밝기까지는

햇살을 되찾기 까지는

아직은 서로운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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