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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실상사 작은학교

벽겸 2010. 3. 5. 02:19
드디어 우리 아들이 실상사 작은학교에 들어갔다.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하는 아들에게
작은학교 살이가 만만한게 아니라고 이야기 해준다.
자기 양말하고 팬티는 스스로 손빨래를 해야하고,
당번이 되면 아침 밥도 해야되는거 알지?
그런 거 잘해.
속으론 언제 잘했나, 되묻지만 넘어가고 또 묻는다.
일주일에 삼일은 농사 짓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알제?
나 농사일도 잘하잖아.
겨우 풀 뽑는 것 정도 해놓고 과장이 심하지만
긍정적인 게 부정적인 것보다 낫지 하고 넘어간다.
엄마 안 보고 싶겠나?
엄마는 괜찮은데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걱정이다.
엄마한테 좀 심한 거 아이가?
엄마는 내 없어도 잘 살건데 뭐.

아들 하나만 없는데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물론 우리 아들이 심하게 시끄러운 부류이긴 하지만.

어디가나 붙임성이 좋으니 잘 지낼거라 믿지만
그동안 먹을거리를 제대로 챙겨 먹이지 못한 게
이렇게 마음에 걸릴 줄은 몰랐다.
맛있는 거 먹을 때마다 자꾸 목에 걸리는 게,
어린 나를 도시로 보내놓고 우리 부모님도 그랬겠구나 싶다.

날씨 탓인가?
고향집 생각이 많이 난 하루였다.
고향집 앞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서있던 오백년은 족히
넘었을 회화나무가 너무 그리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일찍 떠난 아버지 생각도  났다.
지금의 내 나이에 아버지는 내내 병원에 있었다.
내년이면 나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나이가 된다.
그 다음 해부터는 아버지보다 더 늙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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