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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여행

벽겸 2010. 2. 9. 22:33

지난 주말을 이용해
딸아이와 둘이서 일박 이일 여행을 했다.
멀리 상주까지 갔는데 학교 수업을 빼먹고 가자는
엄마의 꼬시킴도 통하지 않는 범생이 딸 때문에
도착하자 곧 저녁이 되었다.
원래 예정에 없었던 갑장사라는 절에 가게 되었는데
걸어가는 시간이 40분 이상 걸리는 곳인데다 그 아래는 민박지가 없어서
시내에서 잠을 자고 들어가야한다기에
절에 전화를 걸어 하룻밤 재워줘야 그곳으로 갈 수 있다고 협박(?)반 사정반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막 절에 도착하니 황홀한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몇 장 찍으려는데 공양주 보살님들이
예불시간이라고 은근히 참여하길 권했다.
예의가 바른 나는 비록 불자가 아니지만  예불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스님과 신도가 함께 염불을 외우는데 그저 할 줄 아는 것은 절밖에 없는지라
열심히 절만하고 있었더니
예불진행을 대타스님에게 맡긴 주지스님이 눈치를 챘는지 숙소를 가르쳐줄테니
따라오라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얼른 밖으로 나가 뒷산에 올라 황홀한 일몰에 취했다.
멀리 속리산과 덕유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는데 지리산과 달리 선들이 완만해서
일몰이 거의 수평에 가까웠다.
해발 팔백미터가 조금 넘는 갑장산 정상 아래쯤에 자리한 절이라
그 다음날 깜깜한 새벽에 올라가서 일출까지 볼 수 있었다.
내려오면서 본 계곡은 놀랍게도 아직까지 꽝꽝 얼어붙어 있었는데
그 위에 섰더니 두꺼운 얼음 아래에서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부터 일어났던 우여곡절을 얘기하려고 하니 기운이 딸린다.
기운이 있어야 블로그에 글도 잘 쓰겠구나, 이런 이 나이에 또 이런 소리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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