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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벽겸 2010. 1. 22. 08:42
시인 이원규 선생님이 내게 필명을 지어주셨다.
본격적으로 시를 공부해 보겠다고 필명을 지으려 했다는
내막을 듣고는 당신이 지어주시겠다고 하셨다.
사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을 때
고마웠지만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 걸 받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까봐
못들은 척 지나갔다.
그런데 얼마 뒤에 또 이름을 지어주겠다며
생년월일과 한자 이름을 적어달라고 아주 진지한 자세로 말씀하시는 거였다.
근데 선생님, 마음에 안들면 어떡해요?
그건 그 때 문제고, 일단 생년월일하고 한자 이름 적어봐요.
그러면서 종이를 내미는 거였다.
그런지 한 달 쯤 지났나? 고민을 많이 했나 보다.
어제 지리산학교 시문학반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붓펜으로 쓴 종이 한 장을 내밀어 주셨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鄭名姬님께

汝 너 여  彬 빛날 빈

나 뿐만이 아니라 너와 더불어
겉과 속의 조화를 추구하라

-음양오행상 부족한
相生의 水와 木을 채웠다.

-彬은 [논어]의 '文質彬彬'에서 따 왔으니,
文과 質, 즉 형식과 내용, 외화와 내실,
현상과 본질의 조화를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2010년 1월 21일  이원규


정여빈.
고요하게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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