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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어쩌다... 우연히 검색을 하다 검색을 따라 티스토리를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보니 자연스럽게 내 아이디로 안내가 되었다. 잊어먹고 있었다. 티스토리에 글을 쓴 적이 있었다는 사실도. 지난 글 읽어보니 새삼 재미있다. 가끔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겠구나 싶어 가능하면 가끔 들어와 글을 쓰겠다,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지킬 지에 대한 자신이 없다. 세월만 흐른 게 아니다. 내 영혼도 그만큼 성장했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그런 내가 좋다. 그럼 된 거 아닌가? ㅎㅎㅎ. 좋다.
꽃을 던진다 박노해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돌을 던진다 마을 골목까지 밀고 들어온 방탄 지프의 총구 앞에서 돌을 던진다 침대 머리까지 뚫고 들어온 탱크 앞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돌을 던진다 총격이 시작되면 후다닥 달아나다 등을 맞고 쓰러진 친구를 끌어다 뉘여 놓고 다시 달려나가 돌을 던진다 책상 앞에서 연필을 쥐고 숙제를 하고 몰래몰래 연애편지를 쓸 손으로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돌을 던진다 쥘 것은 돌멩이밖에 없는 아이들이 눈물 젖은 돌을 던진다 피에 젖은 꿈을 던진다 이 지상에 이보다 더 가벼운 돌메이가 있을까 이 지상에 이보다 더 무거운 돌멩이가 있을까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돌을 던진다 달걀보다 작은 돌을 던진다 간절한 한 송이 꽃을 던진다
어제는 친한 언니로부터 선물받은 박노해의 세번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읽었다. 사실 선물 받은 건 작년 11월인데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손이 가지 않은 이유는 복잡한 심리 표현인 셈이다. 여러 이유 중 혹시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숨어있었다. 그런데 역시 박노해는 박노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누워 있는 남편 옆에서 낭독하며 읽었는데 자주 자주 눈물을 글썽이다 나중에는 아주 펑펑 울어버리기도 했다. 구체적이고 섬세하면서도 사물과 세상의 숨은 이면을 통찰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그려내는 그의 시는 갈수록 예민하고 깊어진다. 대개의 80년대 시가 이제는 거의 읽혀지지 않는데 박노해의 글은 여전히 생생하게 와닿는다. 그래도 난 박노해의 펜이 되기를 꺼렸다. 두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눈을 보며 찻물을 끊였다.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꼼짝을 못하고 갇혀있어야 한다. 고요하고 적막하고 호젓한 연말이다. 좋다.
크고 오래된 나무를 조사 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좋아서 제안하고 생태해설사회 회원들과 같이 하고 있다. 어제도 회원 한 명과 나무를 찾아 산을 올랐다. 가시 넝쿨이 우거진 곳은 낫으로 치면서 오르느라 저녁이 되니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같이 간 회원은 차가 없고 한동안 백수로 지냈던 덕분에 구석구석 산자락을 많이 헤매고 다녔단다. 그래서 악양 곳곳의 큰 나무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한 나무는 거의 산 중턱에 있었는데 갈 때부터 나무 상태가 안좋아서 죽었을지 모른다더니 결국 죽어 있었다. 죽은 나무 둥치 아래에는 버섯이 수북하게 피어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야생 느타리 버섯 같은데 그친구는 계속 느타리버섯을 닮은 버섯이고 독버섯일테니 먹지 말라고 했다. 조금 떼어 먹어보니 역시나 ..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 아이가 ‘엄마 나 생리해.’하는 거다. 딸이 생리를 하면 쓴다고 미리 면생리대 셋트를 준비하고 있긴 했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제 5학년밖에 안 됐는데. 내심 시기가 좀 늦어지길 원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 딸은 면 생리대가 아닌 걸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생리를 하면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스스로 준비된 면생리대를 찾아왔다. 피 묻은 팬티를 처리해서 빨아 느는 것을 가르치며 지켜보는데 마음이 심란했다. 말로는 축하한다고 했지만 마음으로 축하가 묻어나지 않는 건 왜일까? 이제 이 아이도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구나 생각하니 조금 서운하기까지 했다. 학교에서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미리 집에서 훈련을 하고 마음 준비를 시켰더니 의외로 야무지게 잘해서 대견..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많은 일들도 지나갔다. 그 시간은 나를 위해 필요한 일들을 겪고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는 건 나에게 여전히 힘든 일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내게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을 편안하게 쓰고 싶어서였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나누는 일은 내게 지나친 욕심이었다. 알고 지냈던 이들과 이 공간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숨을 쉬고 밥을 먹듯 편안하게 글을 쓰고 싶었지만 나는 늘 블로그가 부담스러웠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시골에 이사와서 까지 지나치게 바쁘게 살고 있는 탓도 있었을 것이라. 부끄럽게도 늘 시간에 쫓겨 흐덕였다. 이곳에 귀농한 사람들 거개가 그렇게 살고 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계속 일..
직근(直根)의 이유 어린 차나무 밭을 매다 풀과 함께 뽑힌 나무를 보았다 차나무의 뿌리가 지상의 얼굴보다 두세 배가 넘는 걸 그 때 확인했다 차의 향기는 그 긴 뿌리에서 나는 것 땅속 깊이 치달은 아픔이 향으로 피어나는 것 지상의 것들이 말라가는 계절에도 초록으로 눈부신 건 저 바닥 깊이 숨은 물줄기를 찾아 어둠을 뚫어가기 때문이리라 근원을 향한 날선 각오가 있어 차나무는 언제나 청춘이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내 영혼 홀짝 홀짝 차를 마시다 남은 찻잎까지 꼭꼭 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