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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라는 노래가 있듯이 들판 한 가운데 서 있는 저 두 그루 소나무가 없었다면 무딤이들판이 이렇게 멋지고 정겨울 수가 있을까요. 악양들판에서 본 평사리 뒷산입니다. 동양화의 한폭이지요. 무딤이 들판에서 본 축지마을 쪽입니다. 비오는 날 보니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었습니다. 사고가 나서 차를 현대정비에 맡기고 걸어보았습니다. 바로 그 앞에서 바라본 섬진강입니다. 사차선이 완성되면 이곳도 많이 변하겠지요. 같은 장소에서 조금 왼쪽으로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겨울철새들이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할 때가 다가옵니다. 내년에도 이곳을 찾아올까요? 다시 같은 장소에서 조금 왼쪽으로 옮긴 겁니다. 조금 더 왼쪽으로 옮기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지요. 그곳을 지날 때마다 저렇게 묶여있는 재첩..
지난 주말을 이용해 딸아이와 둘이서 일박 이일 여행을 했다. 멀리 상주까지 갔는데 학교 수업을 빼먹고 가자는 엄마의 꼬시킴도 통하지 않는 범생이 딸 때문에 도착하자 곧 저녁이 되었다. 원래 예정에 없었던 갑장사라는 절에 가게 되었는데 걸어가는 시간이 40분 이상 걸리는 곳인데다 그 아래는 민박지가 없어서 시내에서 잠을 자고 들어가야한다기에 절에 전화를 걸어 하룻밤 재워줘야 그곳으로 갈 수 있다고 협박(?)반 사정반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막 절에 도착하니 황홀한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몇 장 찍으려는데 공양주 보살님들이 예불시간이라고 은근히 참여하길 권했다. 예의가 바른 나는 비록 불자가 아니지만 예불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스님과 신도가 함께 염불을 외우는데 그저 할 줄 아는 것..
작은나무님이 울듯한 얼굴로 사정을 했다. 제발 우리 섬이새끼 좀 키워줘요. 섬이는 노산이라 힘들었는지 하루가 지나도록 배속의 새끼를 낳지 못하고 울어댔다. 이미 태어난 두 놈도 죽어버리고 겨우 배를 째는 수술을 통해 두 마리 새끼를 낳았다. 그러나 사고가 있었는지 작은나무님이 외출해서 돌아왔더니 수술한 부위가 찢어진 채 죽어가고 있더라는 거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다시 꿰맸는데 내장이 파열 된 것도 몰랐던 거다. 명백한 의료사고로 섬이는 죽어가고 있단다. 두 마리 새끼들은 죽어가는 엄마옆에서 몸을 비비대고... 어미한테서 떼놔야하기에 나한테 부탁하는 거였다. 바우가 집을 나가고 난 뒤에 당분간 개를 키우지 않으려고 하던 차여서 조금 난감했지만 하도 사정이 절박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발바리 섬이와 ..
시인 이원규 선생님이 내게 필명을 지어주셨다. 본격적으로 시를 공부해 보겠다고 필명을 지으려 했다는 내막을 듣고는 당신이 지어주시겠다고 하셨다. 사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을 때 고마웠지만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 걸 받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까봐 못들은 척 지나갔다. 그런데 얼마 뒤에 또 이름을 지어주겠다며 생년월일과 한자 이름을 적어달라고 아주 진지한 자세로 말씀하시는 거였다. 근데 선생님, 마음에 안들면 어떡해요? 그건 그 때 문제고, 일단 생년월일하고 한자 이름 적어봐요. 그러면서 종이를 내미는 거였다. 그런지 한 달 쯤 지났나? 고민을 많이 했나 보다. 어제 지리산학교 시문학반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붓펜으로 쓴 종이 한 장을 내밀어 주셨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鄭名姬님께 ..
아이들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생명평화백대서원문 시디를 틀어놓고 절을 했다. 생명평화 서원을 한 마디 할 때마다 그 귀절을 명상하며 절을 올리는 것이다. 100대까지 못하고 50대까지만 했지만 아이들한테는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같다. 운동도 되고 명상도 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더욱 좋았다. 작은 아이는 성취감에 도취되어 내친김에 윗몸 일으키기까지 하는 극성을 보였다. 고요히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어제 저녁에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사랑방인 풍악재에서 도법스님과 우리 회원들이 둘러앉아 대담을 나눴다. 요즘 스님이 하고 있는 지리산 성역화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스님이 살고 있는 남원시 산내면 사람들 이야기와 악양에 살고 있는 우리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2 화살을 맞지마라는 이야기였다. 스님은 아주 생생한 사례를 잘 들었는데 가령 이런 것이다. 예쁜 꽃을 보면 누구나 아, 예쁘다, 아름답다, 라고 생각한다. 이게 제 1화살이다. 누구나 제 1 화살은 맞는다. 거기서 끝나야 하는데 그만, 이 예쁜 꽃을 내가 가지고 싶다까지 나아가면 이게 바로 제 2화살을 맞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깨친 자와 아닌 자의 차이다. 제 2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
나는 하동 지역 환경단체인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의 기타 동아리인 '필!통기타'의 맴버이다. 어제는 드디어 우리 동아리에서도 자체 드럼주자를 두자는 의견이 나왔고 늘 드럼치기를 꿈꾸던 내가 드럼 주자로 뽑혔다. 3월부터 동네밴드의 드럼 담당자가 개인교습을 해주기로 했는데 마음이 바빠 오늘부터 당장 인터넷 뮤직필드에 등록하고 드럼 연습을 시작했다. 대학시절 북을 쳤던 경력이 있어 손목의 스냅이 원활하니 아마 잘할거야! 라고 자기 체면을 걸며 신나게 고무패드를 두드렸다. 필!통(우리 동아리를 줄여서 필통이라 한다) 동아리에서 기타는 제일 못치지만 왠지 드럼은 잘 할 수 있을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스스로 행복한 하루였다.